passing by
- choojiyung

- 2019년 12월 9일
- 2분 분량

한해가 또 지나려고 겨울이 한창이다.
또 무얼 향해 어떻게 걸어나갈지.
늘 11월말 12월 초에 시카고에서 영상의학 가장 큰 학회가 열리는데 펠로를 했던 첫해부터 운좋게 시카고 학회를 거의 매년 갔던 기억이 난다. 아침이면 핫팩하나를 들고 호텔 앞 스벅에가서 베이글과 커피한잔을 사들고 학회장 셔틀을 타고 가서 강의를 듣고 발표를 하고 하던 그 기억에 난 이시기가 아직도 설레고 들뜨고 한다. 정말 교과서 쓰신 유명한 분들 강의도 듣고 똘똘한 외국 영상의학과의사들 구연전시도 보면서 나도 한참 들떴던 그 기분. 전체에서 열몇명만 주는 상도 받아보고 상패도 상금도 받고 나도 그곳에서 미미하지만 한몫을 하며 지냈던 힘들지만 즐거웠던 시간들이 떠올라서 그런 거 같다.
한창 시카고 피드들이 sns에서 오르고 있던 날. 갖춰입고 발표하던 시카고 그시절에 반해 그날 난 어그부츠에 털달린 야상옷을 입고 무거운 작업물을 들고 유리샌딩업체를 찾았다.
가야지가야지했던 사라세노전시가 끝나기 직전 부랴부랴 하던 작업을 마무리해서 거울샌딩작업을 맡기며 전시를 보고왔다. 샌딩을 맡긴곳 사장님이 작업에 관심이 많으셔서 믹스커피를 타주시며 한참을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앞으로 확장하고 싶은 작업들도 생각나고 유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광화문에 들러 길을 걷는데 코끝은 시리고 입김이 나지만 햇살이 따가워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시간 이날에 광화문 길을 걷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신이나고 설레서 가슴이 두근두근하다가 사라세뇨 작품을 보자 살맛나는 날이란 기분이 들었다. 조용조용 보며 걷다 아주깜깜한 내 발도 걷는 길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암실에서 본 그의 작업은 두근거리던 맘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떨렸다. :) 어쩌면 소소한 여러가지 내 상황과 생각들이 그 암실에서의 감동을 극대화하려고 미리 세팅해놓은 거 처럼 참 좋았던 기억이다.
connecting dots.
사회적으로 나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인간이다. 의과대, 석박사를 따느라 들인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까지를 생각한다면 그 일에 심혈을 기울여, 다른 말로 몸과 머리를 짜내어 들인만큼 일하고 사회에 공헌하고 이바지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는 빵점이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내가 걷는 이 길에서 결국 있었어야할 일들이고 그래야만 했던 일들이길 바라고 오히려 역으로 내 삶에서 나는 사회에 미안한 말이지만 다양하고 꽉찬 삶을 살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하루하루를 다채롭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그 수많은 일들이 꼭 앞으로의 나를 만들려고 그래야만 했던 거 처럼.
나이가 들고 반짝임이 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늘 반짝거림에 대한 동경과 즐거움을 나는 결코 놓지도 놓을 수도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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