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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ojiyung
- 2020년 8월 2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0년 8월 26일
휴가를 다녀왔다. 가기 전날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수술받았던 병원으로 전원 어렌지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원인을 찾았고 정맥주사로 퇴원하시겠거니 했는데 휴가 다녀온 날 또다른 종류의 문제가 발생했다. 역시 원인을 찾았고 그래도 병원에서 퇴원 전에 알게되어 다행이다. 하던차에... duodenal ulcer bleeding이 심해져서 극도로 심각한 상황이 왔다. 두려웠다. 무서웠고..
ulcer clipping이후 더 큰 bleeding이 생긴 거다. 병원측에서는 clipping으로 지혈이 됐을거라 믿었고 CBC도 다음날 아침 정규검사 때나 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BP가 무섭게 떨어지는 게 보였고... 당직의한테 응내라도 제발좀 봐달라고 재차 부탁을 해야만 했다. 혈압이나 좀 유지하면서 다음날 보자 하던 그들도.. BP가 무섭게 떨어지자 action을 취하기 시작.. angioCT를 찍고 embolization은 하자한다. CT를 찍는 동안 빠른 확인을 위해 영상의사인걸 안 당직의가 나에게 직접 확인해달라 한다. 정말... 그런 active bleeding은 처음 본다. arterial phase에서 선처럼 보이던 조영제가 portal이 되자 duodenum에 고인다. 줄줄새고 있다. hematochezia, hematemesis, massive bleeding... 무서웠다. 원인도 알고 상황도 아는데 그냥 bleeding을 놔둬서 이런 상황이 되게 한 모든 factor들이 원망스럽다.
다행히 인터벤션선생님 연결이 수월했고 빠른 시간에 embolization이 되어서 bleeding focus를 막아주셨다. BP가 69까지 떨어진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색전술 이후 조금씩 오르고 안정화를 찾는다. 처음 100대를 넘긴게 새벽 4시반.
영상의학과 당직샘이 연결되었다는 말과 함께 약간의 안도감이 돌았고 인터벤션실 앞에서 대기하면서 10년전 1년 근무했던 이곳이 낯설지 않고 믿음이 갔다. 시술을 마치고 병실에 와서 처음 100대의 수축기 혈압을 보고, 작은 수면등만 켜놓은 깜깜한 병실에서 간신히 잠이 든 며칠을 간병하며 지친 어머니옆에 앉아서 아버지의 혈압수치 사진을 찍었던 그날밤 그 순간을 난 아마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만 같다.
ulcer가 심했다. clipping을 집기도 어려운 위치고 굉장히 잘 집으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은 clip이 빠지면서 bleeding이 급격하게 심해진 거다. 이해할 수 있다. 굉장히 fragile한 tissue를 묶었으니 뜯어질 수 있지.. 하지만 clipping이후에 혹시라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정규 검사나 진행하겠다고 말한 것도. 밤사이 심하게 위험한 상황에까지 놓였다가 다른 시술까지 더해서야 혈압이 돌아온 고비를 넘긴 환자에게 환자가 수혈을 되도록 하고 싶지 않다한 것에 대한 탓을 돌리려했던 주치의의 발언도 난 아직 얄밉고 속상하기만 하다.
이럴 땐 정말 내가 모교병원을 뛰쳐나온 것이 잘못한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잘 마무리 되었으니 괜찮은 거다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고 속상한 건 사실이다.
그러던 와중 의국에서 연락이 왔다. 나의 후임교수와 윗교수님과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의국은 아직도 힘들고 버겁고 나같은 나약한 사람이 있기엔 뾰족뾰족한 공간인 거 같다. 내가 아팠던만큼 다들 아파할 거 같아 걱정이지만 한편으로 지금 나는 그로인한 아픔은 잦아들어 감사하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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